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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s 스토리

힘들어도 화합으로 웃음 짓는다, 호흡기내과 509병동 Story 등록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7.10.24 pm 02:32:15 / 조회수 : 7795


힘들어도 화합으로 웃음 짓는다

 

호흡기내과 509병동

 

‘매 근무조 인계전 모두 모여 성경말씀을 읽고 구호를 복창하고 일을 시작한다(간호사 부분 4가지). 1. 환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어 대한다. 2. 환자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준다. 3. 병원생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4. 환자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환자의 요구를 처리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창 12:2) 509병동(수간호사 이남경) 회의실 보드판에 붙어 있는 메모의 일부입니다.

 

 509병동은 호흡기내과 병동입니다. 폐암환자를 비롯해 호흡기 쪽으로 문제있는 COPD(만성폐쇄성폐질환)환자, 폐렴 환자, 결핵 환자가 입원하는 병동으로, 암전문병원인 복음병원의 명성답게 폐암 환자가 가장 많습니다.

 

 수술 전 폐암 환자와 약물치료, 치료방사선 환자가 모두 509병동에 머무릅니다. 내과병동이다 보니 수술환자는 수술 후에 외과병동으로 가게 됩니다.

 

 폐렴 환자는 고령환자가 많은데 고령화에 따라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항생제 치료로 1주에서 2주 정도 입원하는 게 보통입니다. 결핵환자는 잠복결핵이 최근 다시 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결핵환자는 음압장치가 갖춰진 음압병실 2실에 격리수용 돼 치료받게 됩니다. 509병동은 자체적으로 병동 중환자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병동에서 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진 경우, 병동 중환자실로 옮겨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돌보기 위해서입니다.

 

 

 509병동의 식구는 총 25명(수간호사 1명, 책임간호사 2명, 간호사 21명, 조무사 1명)입니다.

 이남경 수간호사가 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화합입니다. 간호사끼리 화합해서 서로 도와주고 선후배 또한 협력해서 일해 나가자는 게 최우선 목표입니다. 그녀가 509병동에 처음 왔을 때 모두들 힘들어할 정도로 일이 많았습니다. 509병동 간호사들이 늘 사직서를 갖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요.

 

 수간호사로써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일을 줄일 순 없고, 화합해서 즐겁게 일하도록 유도할 수밖에요.

 “위 연차는 트레이닝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아래 연차는 교육받고 따라서 잘해야 하니까 스트레스 받고, 그래서 위아래 연차들 다독거리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병동모임을 자주 갖도록 유도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은 힘들어도 간호사들끼리 관계가 좋으면 얼마든지 업무를 잘 감당해나갈 수 있음을 알고 있으니까요.

 

 

 막내 최유록 간호사(26살, 1년차)는 선배들이 멋있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최근 사이가 좋지 않은 환자 보호자들이 병실에서 다툴 때였습니다. 선배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환자분에게 방해되니까 가세요” 선배가 엄청 멋있어 보였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바로 처치하는 선배들도 멋있어 보입니다. 자신은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선배들은 상황파악과 동시에 벌써 행동에 들어가 있으니까요. 심지어는 선배들 눈이 몇 개는 되어 보일 때도 있습니다. 병실에 들어가면 1개 밖에 보지 못하는 자신과 달리 선배들은 모든 환자가 보이는 것 같아서입니다.

 

 최유록 간호사는 신규라 아무 것도 모르는 자신에게 혼내기보다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선배들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모르는 것 많지만 지금까지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부탁드립니다. 우리 병동은 정말 지금과 똑같이 대해주실 것 같아요”

 

 

 509병동의 환자는 주로 폐암 환자. 앞으로가 없는 환자들입니다. 웃음보다는 슬픔이 많은 곳, 그래서 괴팍한 환자도 많이 만납니다.

 

 간호사들도 사람인지라 인계할 때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A환자 조심해. 말이 안통한다”

 호흡기내과에서 가장 오래된 이미정 간호사(32살, 10년차)는 그럴 때마다 환자에게 더 많이 가고자 다짐합니다. 더 많이 가서 더 많이 들어주고 더 많이 시간 보내주고 더 많이 웃어주려고요.

 

 물론 10번 잘해도 1번 소홀하면 환자들은 서운해 합니다. 서운해 하는 것만으로는 괜찮습니다. 클레임에 더해 욕설로 돌아올 때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녀는 늘 후배들에게 강조합니다. 병원의 일을 밖에 가져가지 말라고요. 그래야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고요.

 

 

 509병동 간호사들은 폐암의 특성상 죽음을 더 많이 봅니다. 그래서 가끔 회복하시는 분을 볼 때가 큰 보람이자 기쁨입니다.

 

 박시온 간호사(26살, 4년차)는 그럴 때 간호사가 되기를 잘했다고 여깁니다.

 60대 남성환자 B씨는 폐암 환자였습니다. 항암치료차 자주 오시는 분이었는데 병원에서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 위급상황까지 갔습니다. 출혈이 생겼고, 출혈이 멎지 않은 것입니다. 병동 중환자실로 옮겨 집중적으로 치료한 끝에 다행히 회복이 됐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신기하다는 말밖에는…”

 B씨는 지금도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509병동을 찾아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