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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과안내

안과

해외여행과 눈 관리(안과 이상준 교수) [안과]
주말에 응급실로 오신 환자다. 50대 남자로 갑자기 집에서 심하게 기침하고 왼쪽 눈이 안보였다고 한다. 추석과 주말이 겹쳐서 모두들 너나 할 것없이 해외여행을 계획하던 때였다.

좌측에 망막박리(retinal detachment)로 안전 수동(hand movement)인 상황이었다. 좌측에 망막 신경이 찢어져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실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환자는 실명이라는 말에 적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전공의 선생님께 응급수술을 준비하게 하고 집도를 하였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수술 다음날 망막은 가스 아래쪽에 잘 유착되어 있었고,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었다. 퇴원을 하고 다시 환자와 만나는 외래에서 그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제가 추석 때 가족이랑 해외 여행 괜찮을까요?”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었다.

환자의 눈 안에는 가스가 약 70% 정도로 차 있었다. 어떻게 환자에게 설명을 해야 할까? “눈 안에 있는 가스는 약 1~2주에 걸쳐 크기가 작아지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가스가 있는 채로 비행기를 타면 안됩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눈 속 가스의 크기가 팽창하여 안압이 높아집니다. 고안압으로 눈과 머리가 아프고, 심하면 배가 아플 수도 있답니다. “ 환자분은 모처럼 계획한 가족과의 해외여행이 무산되어 그런지 무척 아쉬운 표정이었다.

긴 추석을 마치고 환자를 보았을 때 그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선생님, 휴가를 가족들과 같이 보내고 싶었답니다. 가까운 일본이라 잠깐 비행기를 타는 것 무슨 문제가 될까 해서 선생님이 설명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를 탔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30분 정도 되었을 때 점점 눈이 아파오더니, 급기야 두통까지 동반되면서, 토할 것 같이 배가 불편했습니다. 그 때 선생님의 말씀을 듣지 않은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답니다.

다행히 곧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면서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눈에 가스를 넣고 비행기를 타신 분의 이야기를 필자도 처음이라 너무나 흥미로웠다. 그의 눈이 걱정 되었다. 다행히, 눈 속 가스는 약 20%까지 줄어 있었고, 망막은 잘 유착되어 있었다. 시력도 많이 호전되어 교정 시력이 1.0 이었다. 그의 귀국은 비행기가 아니라 배를 이용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해외여행자는 2017년 통계로 2400 만명이었다고 한다. 한국인 2명 중 1명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이웃나라 일본은 7.7명 중 1명으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800만명이 많다. 이럴 때 해외여행 때 알아두면 좋을 안과적 상식은 무엇일까?

해외여행 때 대부분 장시간 비행기를 타게 된다. 길게는 10시간 이상 머물게 된다. 무료한 시간을 보낼 때 공짜로 주어지는 영화를 몇 시간 보면, 눈이 빡빡 해지고 충혈되어 더 이상 눈을 뜨지 못할 때가 많다. 바로 건조안 증상이다. 비행기 안의 건조한 공기와 바람이 더 심하게 만든다. 눈 수술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건조안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공눈물 “hand carry” 하는 것은 필수다.

백내장 수술을 하거나, 유리체 주입술 같은 안내 수술을 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당일 시술에, 수술 후 별 탈없이 대부분 회복한다. 수술 직후에 해외여행을 하는 환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황반변성으로 6개월마다 유리체내 주사를 맞고 있는 필자의 환자 분이었다. 정기적인 안내 주사로 시력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유리체 주사한 바로 그 주에 환자분의 결혼 기념일이 있었다. 결혼 30주년 기념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행 3일째 주사 맞았던 눈이 아프고 시력이 떨어졌다. 가까운 유럽 안과병원을 방문하여 응급처치를 받았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유럽안과선생님의 말에, 급히 귀국하여 필자에게 응급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다행스럽게도 아무런 합병증 없이 시력도 잘 회복하였다. 결혼 30년 기념 여행을 망쳐버려 안타까웠다.

안내 수술 혹은 시술 후에 안내염이 발생할 확률은 수 천명 중에 한 명 정도다. 아주 드물다. 밤낮이 바뀌고, 낯선 환경에 처하면 아무리 튼튼한 사람이라도 몸에 무리가 온다. 안내염의 확률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낯선 곳 언어도 다른 곳에서 응급처치를 하기도 쉽지 않다.

만일 여행자보험이 없다면, 귀국 후 엄청남 비용의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다. 이러한 일을 피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안내 수술이나 시술 후에 최소 2 주 후라면, 다른 합병증을 걱정하지 않고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행여 갑작스러운 여행을 갈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귀국 후 수술을 계획하는 것은 어떨까.

서두에 말씀드린 필자의 환자 분처럼 망막박리, 당뇨망막증, 유리체출혈로 유리체절제술을 하고 눈에 가스를 넣었다면, 가스가 없어진 후 비행기를 타거나,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이 좋다.

만일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 할 상황이라면, 수술 전에 담당선생님과 상의하여 수술을 미루는 것은 어떨가? 연기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눈속 가스 대신 실리콘 기름을 넣는 것도 좋겠다.

여행 중 눈에 먼지나 벌레가 들어갈 수 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러한 일이 빈번하다. 눈을 비비지 말고, 소독된 물이나 인공눈물로 흘려서 씻고 항생제 안약을 두어 번 점안한다. 만일 다음날 아침에도 증상이 계속되거나 더 심해진다면, 신속하게 가까운 안과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각막에 균이 들어가 각막염이 발생하거나, 눈안에 이물이 박혀서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이 없어지거나, 감소된다면 수일내에 합병증없이 회복하게 된다. 항생제 안약은 처방이 필요하여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갑자기 눈이 가려운 경우도 있다. 오염된 손으로 눈을 비비면 더욱 심해지고 부어서 눈을 뜨지 못하게 된다. 차가운 얼음이나 아이스팩을 수건으로 싼 후 가려운 부위에 대면 가려움이 가라앉는다. 이후 인공눈물 혹은 항염증 안약을 점안하면 큰 문제없이 회복한다. 항상 점안하기 전에는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은 기본이다. 우리나라에 황반변성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매년 약 10%씩 증가하고 있다. 여행하면, 직사광선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눈에 맞는 썬글라스와 모자를 준비해서 망막을 보호하면 좋겠다.

올해도 추석연휴는 길 것 같다. 긴 연휴 응급수술이 없기를 필자는 바란다. 모두들 만반의 준비로 멋진 해외여행이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맺는다.